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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모자 농부의 맛집탐방 ⑳ 오리요리전문점 은빛마을

입력 : 2015-09-24 13:19:00
수정 : 0000-00-00 00:00:00

 

동구 밖 과수원집

야채가 싱겁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건 곧 봄이 오리라는, 아마도 땅속에서 삐죽삐죽 터져 나오고 싶은 여리면서도 강한 새순의 향이 그리워지기 때문일 것이다.

 

이 가을에 웬 봄 타령인가만, 입맛 없을 때 지인이 나물 때문에 가끔 멀어도 찾아간다는 식당이 있어 하루 전에 예약을 하고 은빛마을 오리집을 찾았다.

 

이 식당에 꼭 예약을 하고 가야하는 이유는 사장님이 부식물인 야채와 나물을 직접 기르거나 채취하러 이곳저곳 산과 들을 다니기 때문에 온전히 식당에 앉아 손님을 기다릴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마침 나물재료가 동이 나기라도 하면 손님을 못 받기에 확인하고 오시라는 뜻이다.

 

은빛마을 오리집은 제크의 콩나무집처럼 수령이 20년 쯤 되었다는 머루나무가 마당에서부터 일층을 지나 이층까지 자라고 있다. 산에서나 볼법한 고목 머루나무에 새까맣게 익은 머루가 옹기종기 달려있다. 마당을 둘러싸고 있는 나무들은 동구 밖 과수원집처럼 가지가지다. 살구, 매실, 대추, 엄나무, 사과, 허깨나무, 모과나무 등 그 옛날 과수원을 하셨다는 바깥양반의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두 부부께서 식물에 대한 사랑과 조예가 깊음을 알 수 있다.

 

 

산나물은 보약 중에 보약

이 집의 메인 메뉴는 오리구이이다. 경사진 무쇠 팬에 오리를 바싹 구우면 거의 한 대접쯤 기름을 빼고 나면 오리살과 껍질 맛이 고소하고 담백하다. 같이 밥상에 나오는 제철 나물과 겉절이에 오리를 싸서 먹거나, 온갖 나물로 만든 새큼달큼한 장아찌와 어울려 환상의 궁합을 만든다. 게다가 여러 가지 나물들이 큰 접시에 하나 가득 나오는데, 이게 이 집의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의 나물밥상이다. 오리고기를 먹고 난 후 이 나물에 밥과 참기름을 듬뿍 쳐서 비빔밥으로 먹으면 뒷맛이 깔끔해진다.

 

 

봄에 나는 들나물에는 땅 기운을 듬뿍 담아 돋아난 향기 짙은 냉이가 있다. 삶아서 나물도 무치고 그중에 황새냉이는 굽기도 한다. 돌나물은 물김치를 만들고 고추장에 무친다. 민들레는 어린 순을 따다 얼른 무쳐 겉절이로 내고, 개망초는 뜯어다 장아찌 만들고 데쳐서 무치고, 명아주, 씀바귀, 왕고들빼기 등 모두 데쳐 때로는 된장으로 또는 간장으로, 그때그때 조물조물 무쳐내면 고유한 향긋함이 코끝에서 맴돈다.

 

봄에 산에 오르면 참빗살나무의 홑잎, 고사리, 원추리, 곰치, 다래순, 머루순, 두릅, 야생뽕잎, 달래, 도라지, 더덕, 취나물, 참나물 등을 채취한다. 그때그때 잘 삶아 말려서 묵나물을 만들어두면 가을 겨울에 요긴하게 쓰인다. 마트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돼지고기나 소고기, 닭고기와 달리 청정한 산 속에 기를 그대로 받고 자란 나물들은 오롯한 생명의 기를 간직한 소중하고도 귀한 먹거리이다.

 

빼곡히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봉삼주, 천마주, 다래엑기스, 더덕주 커다란 병들은 술 좋아하시는 분들의 입맛을 돋운다. 그 귀한 술들을 팔기도 하지만, 주인장 기분이 좋으면 한 잔 얻어 마실 수 있는 행운도 있다.

 

 

 

오리요리전문점 "은빛마을"

경기도 파주시 파주읍 성현로 30

문의 및 예약 (1일 전 예약 필수)

031-952-1344 / 010-9653-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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